유럽팀 단장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15일 스페인 카사레스의 핀카 코르테신에서 막을 내린 미국팀과의 여자골프 대항전 솔하임컵에서 대회 3연패를 달성한 뒤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카사레스｜AP연합뉴스

승부는 동점으로 끝났지만 승자의 세리머니는 유럽이 독차지했다.

유럽은 25일 스페인 카사레스의 핀카 코르테신(파72)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날 싱글매치에서 5승 2무 5패로 승점 7점을 획득, 미국과 14-14 동점을 이뤘으나 무승부일 경우 디펜딩 챔피언이 솔하임컵을 지킨다는 규정에 따라 우승컵을 들었다. 2019년, 2021년에 이어 사상 최초로 대회 3연패를 달성한 유럽은 역대전적 8승 10패로 따라붙었다.

1990년 출범한 이 대회에서 무승부는 처음이다. 미국팀 단장 스테이시 루이스는 기자회견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면 TV와 팬들에게는 더 짜릿할 것이고 명쾌하게 승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대회처럼 역사와 전통을 지키자면 룰을 따라야 할 것”이라며 “솔직히 어느 쪽이 옳은지 잘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솔하임컵은 100년 가까운 전통을 가진 미국-유럽 남자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을 본따 만든 대회다. 1927년 출범해 43차례 대회를 치른 라이더컵에서는 두 차례 무승부가 나와 1969년 미국이, 1989년 유럽이 각각 디펜딩 챔피언의 우위를 누렸다.

승부는 끝까지 치열했다. 첫날 미국의 2점차 우세(5-3), 둘째날 유럽의 만회(8-8)에 이어 이날 12개 싱글매치에서 미국은 메건 캉, 대니엘 강, 릴리아 부 등의 승리를 발판으로 승점 5점을 더해 4경기를 남기고 13-11까지 앞서갔다. 미국은 렉시 톰프슨이 4홀 차로 확실히 승기를 잡은 마지막 경기 외에 2경기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어 우승을 확정짓는 승점 14.5점을 거의 따낸듯 싶었다.

이때부터 유럽의 놀라운 선전이 이어졌다. 유럽 단장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추천선수로 뽑은 카롤리네 헤드월(스웨덴)이 13번홀부터 5홀을 따내며 앨리 유잉에 역전승을 거뒀고 마자 스타르크(스웨덴)도 올해 US여자오픈 우승자 앨리슨 코푸즈를 17번홀에서 2홀차로 누르며 13-1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가 세계 3위 넬리 코르다와 경기에서 15번홀까지 타이를 이루다 16, 17번홀에서 연속 홀 1m 가까이에 붙이는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2홀차 승리를 따내 유럽의 타이틀 방어를 확정지었다. 스페인에서 처음 열린 솔하임컵에서 대회 4전 전승을 거둔 시간다는 펠리페 6세 국왕의 포옹을 받으며 홈팬들 앞에서 영웅으로 떠올랐다.

톰프슨의 마지막 경기 승리로 14-14 동점이 됐지만 유럽은 이미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뒤였다. “비겼지만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을 격려한 루이스 단장은 미국에서 열리는 내년 대회를 기약했다. 솔하임컵은 다음주 로마에서 열리는 라이더컵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내년부터 짝수해에 열린다.